오크통 짜는 사도세자(왕세자의 황실 증류소)
칠백억 플랜트 매각 후 평창에 세운 증류소에서 국산 신갈나무 싱글몰트로 세계 품평회 그랑프리를 거머쥔 강현우.
축배의 첫 잔을 입술에 대려던 순간, 폭발 사고와 함께 눈을 뜨니 열다섯 살 조선의 왕세자 이선, 곧 사도세자의 몸이었다.
앞에는 십삼 년 뒤 아버지가 못질한 뒤주에 갇혀 죽는 운명이 기다리고, 옆에는 쌀을 아낀다며 궐내의 술부터 금한 영조가 서슬 퍼런 금주령을 예고한 상황.
그러나 죽는 순간에도 들고있던 위스키를 못마신 것을 아쉬워한 위스키 중독자가 평생 사랑한 위스키 한 모금 못 마시고 스물일곱 해를 숨죽여 살 수는 없다. 규제가 있으면 빈틈을 파고들고, 원료가 없으면 공정을 설계해 뚫는 것이 엔지니어이자 창업자의 방식이니까.
내관들이 기겁하며 ‘뒤주’라 수군거린 참나무 궤짝은 겉보리 싹을 틔우는 몰투(맥아) 발아함이 되고, 소주방 구석의 낡은 소줏고리는 백조목 구리 관을 단 포투수제(포트 스틸)로, 판옥선 배목수가 못 하나 없이 얽어 낸 신갈나무 통은 옥구통과 과투개숙구(쿼터 캐스크)로 거듭난다.
위스키 한 잔을 합법적으로, 그것도 세계 최고급으로 빚어 마시기 위해 조선을 통째로 뜯어고치는 왕세자의 황실 증류소가 지금 불을 지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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