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을 삽으로 막은 상병이 전역했습니다
남쪽 사람들은 장벽이 무너졌고, 거기 남은 군인들도 다 죽었다고 믿었다.
그런데 한 명이 살아 있었다.
틈에서 기어 나오는 괴물들을 야전삽 하나로 막아 온 제7중대 상병 서건우.
마지막 놈의 머리를 내려친 날 아침, 그는 언덕에 박힌 십자가 117개 앞에서 혼자 전역 신고를 하고 철길을 따라 내려온다.
배낭에는 먼저 간 전우 117명이 가족에게 남긴 편지가 들어 있다.
문제는 이 상병이 너무 세다는 거다.
새벽시 사냥꾼 다섯 명이 달려들어야 잡는 뿔사슴을 삽 한 번에 쓰러뜨리고,
그림자개 떼를 상대하고 나서는 고개를 갸웃한다.
"요즘 애들은 순하네."
그 모습을 본 정찰대가 무전을 보낸다.
"종말이 걸어 내려온다."
정작 건우는 자기가 '종말의 전령'으로 수배된 줄도 모르고,
전우의 딸에게 편지를 전해 주러 갔다가 아홉 살짜리한테 계약서를 받아 든다.
"길 알려 줄 테니까 밥 줘요. 하루 세 끼."
길치 상병과 입 거친 꼬마 길잡이,
그리고 우산을 쓰고 철길 위에 서 있는 얼굴 없는 신사.
편지 한 통을 전할 때마다 가족 하나가 다시 울고 웃는다.
그리고 철길 끝의 도시에서는 9년째 같은 방송이 나오고 있다.
"장벽은 무너졌습니다. 북쪽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그 방송을 하는 사람은 건우가 세상에서 제일 믿었던 사람, 1소대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