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도까지 백 일
병자년 시월 스무날, 압록강 앞 백마산성.
내 몸은 이름 없는 종9품 초관, 윤칠복.
나는 알고 있다.
섣달 초아흐레, 청군이 얼어붙은 강을 건넌다는 것을.
그들이 이 성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곧장 한양으로 달린다는 것을.
그리고 정월 그믐, 삼전도에서 왕이 무릎을 꿇는다는 것을.
남은 시간은 백 일.
아무도 믿지 않는 미래를 들고, 말단 군관이 역사에 맞선다.
역사는 큰 이름만 적었다.
이번에는 이름 없는 사람들이 살아남을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