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린 노동자가 쓰레기만 주웠는데 대기업이 줄을 선다 표지

짤린 노동자가 쓰레기만 주웠는데 대기업이 줄을 선다

강그린 - 15년을 공장 기계 밑에서 살았다.

남들이 버리자는 기계를 붙잡고 고쳐 쓰며 회사 돈을 아껴 줬지만, 돌아온 건 사고 책임과 해고 통지 한 장이었다. 내가 퇴근 뒤 창고에 남아 짜 맞춘 공법은 상무의 이름을 달고 상까지 받았다.

마지막 업무는 내 손으로 살린 기계들을 고철 야적장에 내다 버리는 일이었다.

그곳에서 정체 모를 회색 상자를 만지자 눈앞에 글자가 떠올랐다.

[고유 특성 각성: 폐기물의 왕]

고장 난 물건에 남은 성질이 보이고, 버려진 고철 두 개에서 좋은 성질만 뽑아 하나로 합칠 수 있다. 남들 눈에는 쓰레기 더미인 야적장이 내 눈에는 부품 창고로 보이기 시작했다.

퇴직금으로 망해 가는 고물상을 인수했다. 고철로 만든 연삭기가 수입품을 이기자 공단 사장들이 철문 앞에 줄을 섰다. 기계가 줄줄이 멈춘 전 회사는 복귀하라며 사람을 보냈고, 나를 자른 상무가 직접 찾아오기까지 했다.

이번엔 내가 말할 차례다.

"의뢰하실 거면 줄 서십시오. 값은 제대로 받겠습니다."

고물상 마당에서 시작해 세상이 버린 것들을 하나씩 되살려 내는 기술자의 역전극.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S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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