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의 서자, 해동성국 세우다
여덟 자 거구에 궁의 저울로도 못 재는 몸. 나룻가에서 무거운 짐배를 부리며 다진 근골과 선도(仙道)·소격전의 조식(調息) 수련으로, 일반 무인은 연습용으로나 당기는 정량궁과 육량시 백 발을 연사해 적의 선봉을 단신으로 꺾어버리는 괴력의 왕자, 운성군 이선(민우). 단종 원년(1453) 시월 초열흘, 계유정난의 밤.
수양대군의 철퇴가 김종서를 치고, 한명회의 살생부 두 번째 줄에 이선의 이름이 오른다.
이선은 넉 자 길이의 파사검으로 수양의 자객 넷을 도륙하고, 흥인지문의 참나무 빗장을 한 팔로 뜯어낸 뒤 북방 천 리 길을 달린다. 역사대로라면 종성의 밤에 죽었어야 할 북방의 맹장 이징옥.
이선은 그를 살려 도원수로 세우고, 소금과 쇠로 두만강 너머 여진 천 기와 육진의 토병을 하나로 묶어 새로운 왕, ‘미누 한’으로 우뚝 선다. 여진과 발해는 본래 한 집안이라 했다. 여진에게는 삼백 년 만에 다시 부르는 ‘대금(大金)’이요, 조선에는 옛 발해의 기상을 잇는 새로운 ‘해동성국’이다. “대금은 전하를 치지 않는다. 대금은 수양을 친다.” 전설의 신궁 ‘암바 니루(큰 화살, 이성계)’의 손으로 북방을 평정하고 동북아의 판도를 뒤흔드는 거대한 건국 서사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