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개소문전, 내가 죽인 왕은 나의 영웅이었다
세월이 흘러 고건무는 왕이 되었다. 그사이 수나라가 무너지고 중원은 군웅이 다투는 난세가 되었는데, 왕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땅을 넓힐 기회를 흘려보내고 당나라의 눈치만 살폈다. 연개소문은 평양성의 영웅이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정변을 일으켜 왕을 죽이고 실권을 쥐었다. 왕이 피하기만 하던 전쟁이라도 자신이 맡으면 다를 거라고 믿었다. 당을 꺾어 다시는 고구려를 넘보지 못하게 하고, 자식들에게는 전쟁 걱정 없는 나라를 물려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막상 전쟁을 치러 보니, 죽은 왕이 왜 그랬는지 알 것 같았다. 당군을 몰아내도 나라를 추스르는 데는 긴 세월이 들었다. 그사이 적이 다시 오면, 지친 병사들을 또 싸움터로 내보내야 했다.
그래도 물러설 수는 없었다. 성에서 버티다 적을 돌려보내는 것만으로는 모자랐다. 수나라가 그랬듯 당도 힘을 되찾는 대로 다시 쳐들어올 것이 뻔했다. 당의 정예를 들판에서 정면으로 꺾어, 당 조정에서 다시는 고구려를 치자는 말이 나오지 않게 해야 했다.
비고: 고구려와 연개소문에 관해 남은 기록은 많지 않습니다. 이 작품에는 허구의 인물이 여럿 나오며, 실존 인물의 성격과 관계, 사건의 경위도 상당 부분 작가의 상상으로 채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