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제일인은 이름이 없다
어릴 적부터 눈이 비정상적으로 좋았다.
멀리 있는 나뭇잎의 흔들림을 알아보고, 남들이 보지 못하는 기척을 느끼며, 처음 보는 무공의 허점까지 찾아냈다.
사람들은 그를 두고 말했다.
눈 하나만큼은 무극의 경지에 이른 괴물이라고.
하지만 정작 본인의 무공은 형편없었다.
내공은 부족하고, 신체 능력도 평범하다. 상대의 공격이 어디로 들어오는지 알아도 몸이 따라주지 않을 때가 허다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자신을 무시하던 무인이 검을 놓쳤고, 평생 수련했다는 절초가 무너졌으며, 감히 범접할 수 없다던 고수들이 하나둘 무릎을 꿇었다.
그는 그저 상대의 무공을 보았을 뿐이다.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약점을 찾아냈을 뿐이다.
무공이 약한데, 싸우면 이긴다.
이해할 수 없는 재능. 기억나지 않는 과거. 어깨에 남겨진 오래된 흉터.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청년은 그렇게 강호에 발을 들인다.
그를 얕잡아 보는 자에게는 통쾌한 패배를, 약자를 괴롭히는 자에게는 뼈아픈 대가를, 숨겨진 진실을 쫓는 자에게는 예상치 못한 반전을.
그러나 세상에는 그가 아직 읽어내지 못한 무언가가 존재한다.
천 년의 세월을 넘어, 잊힌 운명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천하제일인은 이름이 없다.
그렇다면 지금의 그는, 대체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