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안 받습니다, 밥 드시고 가세요
계산대 밑에서 외상장부 일곱 권이 나왔다. 금액 칸이 없었다. 대신 '갚을 것' 칸에 아버지 글씨가 한 줄씩 적혀 있었다.
「다음엔 앉아서 먹고 가라」
창고 벽지를 뜯자 하얀 문이 나왔다. 문 너머엔 백 평짜리 창고와 칸 300개. 선반에 내려놓은 물건은 녹지도 상하지도 않는다.
외상이 갚아지면 칸이 열린다. 돈으로는 안 된다. 장부에 적힌 대로 갚아야 한다. 칸이 열릴 때마다 아버지가 끼워 둔 '덤'이 하나씩 나온다.
27번 줄, 1995년 여름. 「리어카 길씨 / 라면 한 박스 / 다음에 올 땐 앉아서 밥 먹고 가라」
그 리어카 길씨가 지금은 식품 재벌 회장이다. 그리고 어느 밤, 30년 밥값을 들고 가게 앞에 섰다.
"돈은 안 받습니다. 앉으세요. 밥 드시고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