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고준전 표지

삼국지 고준전

서이오현 - 2026년 여름, 옛 단양군 경현 땅의 후한 말 무덤.
발굴에 참여한 사학자 한도윤은 묘실에서 나와서는 안 될 물건을 본다. 칠백 년 뒤에나 나와야 할 굽은 쟁기, 그리고 첫 글자가 닳아 버린 명문 한 줄.
'□峻 字仲岳(□준 자중악: 이름은 □준, 자는 중악).'
어떤 사서에도 없는 이름이었다.
여진에 묘실이 무너지고, 눈을 뜬 곳은 광화 이 년, 역병이 도는 경현의 산장.
몸은 열한 살. 강동 사성(四姓: 강동의 네 큰 집안) 고씨 집안의 둘째, 훗날 승상이 될 고옹의 아우 고준이다.
그가 가진 것은 사서에 적힌 결과와 옛 농사의 지식, 바다 건너 섬마을 소금밭 집에서 자라며 익힌 살림의 상식뿐.
싸우는 법도, 말 타는 법도, 사람을 부리는 법도 이 몸으로 처음부터 배워야 한다.
끓인 물로 역병에서 집안을 건지고, 산월(山越: 강남 산지에 살던 사람들)과 피로 맹약을 맺고, 버려진 단양병을 거둔다.
칼보다 밥이 먼저 싸움을 끝낸다는 것을 아는 사람.
살아남으려고 둔 수 하나하나가 쌓여, 어느새 그의 등 뒤에 사람들이 줄을 선다.
정사에 없는 이름 하나가, 정사를 다시 쓰기 시작한다.

자유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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