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토리얼 퀘스트를 사백만 번 깬 NPC
…고, 플레이어들이 말했다.
12년 전, 지구와 판타지 대륙이 하나로 붙었다. 하늘을 뚫는 아홉 개의 탑이 솟았고, 지구인들은 '플레이어'가 되어 피투성이로 탑을 올랐다.
그리고 오늘, 마지막 탑이 정복됐다.
엔딩 크레딧이 하늘을 수놓고, 플레이어들은 외쳤다.
"이 세계, 이제 우리 거다!"
그 축제의 광장 한구석.
머리 위에 [NPC] 짐꾼이라는 글자를 단 원주민, 아렌이 술통을 나르고 있었다.
매일 같은 길을 걷고, 같은 말을 하고, 걷어차여도 "네, 모험가님"이라고 답하던 그.
아무도 몰랐다.
플레이어들이 딱 한 번 깨고 잊어버린 첫 퀘스트를, 아렌은 12년 동안 매일 깨왔다는 것을.
[튜토리얼 퀘스트 「짐 나르기」 — 클리어 4,381,920회]
그리고 어느 날 밤, 아렌은 12년 만에 처음으로 대사가 아닌 말을 뱉는다.
“…싫습니다.”
[끝난 것은 튜토리얼이었느니라.]
[이제부터는, 그대들의 본편이니라.]
플레이어들의 엔딩이 끝난 자리에서,
짐꾼 NPC의 본편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