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문을 잠근 사람 표지

그날, 문을 잠근 사람

류해온 - 비가 내리던 어느 날 밤, 한 남자가 무인텔에서 죽었다.

죽은 남자는 내가 오래전부터 잊고 싶었던 사람이었다. 다시는 마주치고 싶지 않았고, 가능하다면 그때의 일도 전부 없었던 것처럼 살아가고 싶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생각했던 것만큼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담담했다.

그날 이후 한동안 잊고 지냈던 기억들이 하나둘 떠오르기 시작했다. 학교에 다니던 시절, 누구에게도 제대로 말하지 못했던 일들. 그리고 그때 내 곁에 있었던 사람.

나는 분명 그날의 일을 기억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만히 떠올려 보면 이상한 부분이 있었다. 기억나지 않는 장면이 있었고, 설명할 수 없는 일도 있었다. 그때는 별일 아니라고 넘겼던 것들이 지금 와서는 자꾸 마음에 걸렸다.

무엇보다 나를 혼란스럽게 한 건 오랫동안 믿어 왔던 사람의 행동이었다.

그 사람은 정말 나를 도와주려 했던 걸까. 아니면 내가 모르는 무언가를 숨기고 있었던 걸까.

과거의 일을 다시 꺼내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모른 척하고 넘어가기에는 이미 너무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한 사람의 죽음으로 시작된 이야기지만, 결국 내가 마주해야 하는 건 오래전 그날의 진실인지도 모른다.

내가 기억하는 그날은 정말 내가 기억하는 그대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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