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티
그날, 1년 동안 공들인 진급도 함께 날아갔다.
"내가 다시 골프를 하면 사람이 아니다!!!"
분리수거장에 골프백을 버린 쉰여섯 살 만년 차장 김필기.
일은 잘하는데 진급은 늘 남의 몫.
술자리도, 주말 골프도 따라다녔지만
돌아온 건 "다음엔 기회가 올 거야" 한마디뿐이었다.
그 골프백을 주워 간 건 아파트 경비원 봉수였다.
열아홉에 골프장 잔디를 맨발로 밟으며 골프를 익혔고,
한때 프로를 꿈꿨던 사내.
그리고 시작된, 말도 안 되는 특훈.
새벽 4시, 공원 호수 넘기기.
80미터 홀인원 전까지 퇴근 금지.
한밤중 선산 잔디에서 어프로치 연습.
성질내면 벌금 5만 원.
그 끝에 봉수가 내민 건 아마추어 골프 대회 참가 신청서였다.
캐디는 자기가 하겠다며.
이십 대 선수들로 가득한 필드.
무릎 아픈 쉰여섯 살 선수와 발목 아픈 캐디.
젊은 선수들은 힘으로 치고, 두 사람은 버티며 친다.
인생의 첫 티샷을 망친 두 남자가
다시 티 위에 공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