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새벽은없다
파병 중이던 특수부대 상사 이진혁에게 닿은 소식은 하나였다. 부모님과 여동생 다혜가 공장 화재로 죽었다. 다혜가 마지막으로 남긴 문자에는 "전화 되면 바로 전화해줘. 진짜로…"라고 적혀 있었다. 진혁은 끝내 답하지 못했다.
발인 다음 날 새벽 5시, 설명할 수 없는 잠이 쏟아진다. 다시 눈을 뜨면 추석 아침 6시, 장례 첫날이다. 화재도, 죽음도 되돌릴 수 없다. 되돌아온 것은 장례식뿐이다.
바깥에서 잠긴 셔터, 바닥에서 시작된 불, 수정 테이프 아래 지워진 감식 결과. 마을 사람들은 입을 모아 사고라고 말한다. 이 동네에서 그 회사의 돈을 안 받은 사람은 없다. 진혁이 다르게 움직일 때마다 사람들도 다르게 움직인다. 죽음도 더는 끝이 아니다. 그러나 돌아올 때마다 빈소의 향은 조금씩 짧아지고 있다.
같은 사흘을 몇 번이나 더 살 수 있을까. 그 안에 다혜를 죽인 사람을 찾아낼 수 있을까.
새벽은 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