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루
‘낙원을 향한 방주’라는 거창한 이름을 온전히 믿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모두 과학도 였기에 가사 상태로 15년이라는 긴 시간을 떠도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긴 시간 동안 쇠약해질 면역력과 쪼그라들 근육, 그리고 작동을 멈출지 모르는 생명 유지 장치의 위험을 안고 떠나는 길.
목숨을 걸고 도착할 그 끝이 과연 낙원일지, 혹은 또 다른 형태의 지옥일지, 그 허풍을 온전히 믿어본 적 역시 없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망가져 버린 지구에 남아 시들어가는 것보다는, 차라리 우주 너머에서 새로운 생명의 가능성을 찾아내는 편이 나으리라 확신할 수 있었다.
그렇게 10,000명분 분량의 간절한 희망, 혹은 마주하기 두려운 죽음에 대한 공포를 함께 품은 채, 엘리시움아크는 어두운 암흑을 향해 거센 화염을 토해냈다.
번쩍! 우지끈!
나무가 갈라지며 안에서 죽은 듯이 눈 감고 있는 나신의 한 소녀가 드러났다.
멈칫.
말도안돼.
“살아있어.”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심장이 거칠게 자맥질 했다.
만남부터 믿기 힘든 존재. 이 소녀와 함께 2번째 지구로 향하는 한 생물학자의 생명을 향한 경외, 그 속에 꽃피는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