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성모 - 대저 천하의 형세란 합한 지 오래되면 반드시 나뉘고, 나뉜 지 오래되면 반드시 다시 합해지는 법이다. 동방의 해동(海東) 삼한 땅 또한 이 거대한 하늘의 이치를 어찌 벗어날 수 있겠는가. 일찍이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이 각축을 벌이다 당(唐)의 힘을 빌린 신라가 마침내 삼한을 하나로 묶어 당악(唐樂)과 향악(鄕樂)이 금성(金城, 경주)의 달밤을 밝혔으니, 그 태평성대가 장장 수백 년이었다. 그러나 호사는다마요 달도 차면 기우는 법. 골품(骨品)의 높은 벽에 갇힌 귀족들은 주지육림 속에서 백성의 고혈을 짜내고, 왕위 쟁탈의 피바람은 대궐 뜰을 적셨다. 백성들의 등골은 마르고 들판에는 굶어 죽은 시체가 널리니, 마침내 천년 사직의 운수가 다하고 바야흐로 용과 범이 포효하며 세상을 삼키려는 '후삼국(後三國)'의 피어린 격랑이 태동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