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을 거부합니다
"대사, 한국 공군 F-35 수십 대가 휴전선을 넘었다. 당신은 서울에서 잠이나 처자고 있었나?"
워싱턴도, 베이징도 몰랐다.
평양의 독재자가 쓰러진 바로 그 새벽, 대한민국이 한미연합사를 따돌리고 단독으로 북진을 개시했다는 사실을.
작전명 '8시간'.
중국군이 압록강을 건너기도 전에 한국 특수부대는 순안공항과 영변 핵시설을 장악했다.
동맹의 명백한 배신과 통제 불능의 도발에 격노한 나는 용산 지하 벙커로 쳐들어갔다. 당장 군을 철수시키지 않으면 한미동맹은 끝장이라고 윽박질렀다.
하지만 지도 앞에 선 대한민국 대통령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대사님, 우리는 통일 따위 안 합니다."
전 세계 생중계 카메라 앞에서 터져 나온 한국의 폭탄선언.
"대한민국은 북한을 흡수 통일할 의사가 없음을 선언합니다."
명분을 잃고 얼어붙은 베이징, 당황한 백악관.
그리고 한국 정부가 내 책상 위에 은밀히 밀어 넣은 한 권의 극비 문서.
러시아의 북극항로, 월가의 인프라 채권, 그리고 한반도 북부를 35년간 백지화해 새로운 완충지대로 재편하겠다는 거대한 유라시아 체스판.
나는 깨달았다.
우리는 동맹을 통제하고 있던 것이 아니라, 저 차가운 테크노크라트들이 수십 년간 벼려온 괴물 같은 대전략의 말(Piece)로 쓰이고 있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