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로
처음에는 특별할 것 없는 연애였다. 퇴근 후 늦은 저녁을 먹고, 사소한 일로 다투고 화해하고, 돈을 모으고, 언젠가 함께 살 집과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을 이야기했다.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 한 장, 먼저 잠든 사람에게 덮어준 이불, 별 의미 없이 주고받은 말들이 두 사람의 시간을 채웠다.
그렇게 열한 해.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하루를 알고, ‘나’보다 ‘우리’가 더 자연스러워질 만큼 오래 함께했다. 그리고 서른셋이 된 두 사람은 오래전에 함께 갔던 길을 다시 따라 여행을 떠난다.
예전에 묵었던 곳, 함께 웃었던 바다, 사소한 약속이 남아 있는 장소들. 차창 밖 풍경이 지나갈 때마다 지금의 여행 위로 스물두 살의 두 사람과 그들이 함께 보낸 시간이 겹쳐진다.
그때는 몰랐던 표정이 이제야 보이고, 아무 의미 없다고 생각했던 말 하나가 뒤늦게 마음에 남는다. 익숙했던 풍경은 조금 다르게 보이고, 잊고 있던 기억들은 뜻밖의 순간마다 모습을 드러낸다.
〈귀로〉는 서로의 가장 빛나던 시절을 함께 살아낸 두 사람이 한 번의 여행을 통해 지나온 시간을 다시 바라보는 이야기다.
평범했던 두 사람의 시간이 길 위에서 다시 펼쳐진다. 그리고 그 여행은 오래 알고 있다고 믿었던 서로를 조금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