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하다 죽었더니 저승사자가 되었습니다
전산기획팀장 강태민, 39세. 과로사로 명부청에 배치받은 최하급 구품 사자가 된 그는 곧 깨닫는다. 이곳은 오백 년째 그 어떤 것도 바뀌지 않은, 붓과 벼루로 굴러가는 초슬로우 관료 조직이라는 것을.
밀린 명부는 산더미, 관할 다툼으로 삼십 년째 방치된 사건에, 신분 낮다는 이유로 뒤로 밀리는 원혼까지. "전례가 없어서"라는 말 한마디가 모든 걸 막아서는 이곳에서, 태민은 살아생전 갈고닦은 엑셀과 문서 자동화, 전자결재의 힘으로 저승 행정을 갈아엎기 시작한다.
오백 년차 만년 사자 고필재, 한때 개혁을 꿈꾸다 좌절해 스스로 벽이 되어버린 담당관 최억쇠까지 하나둘 그의 편이 되어가지만, 낡은 조직의 정체 뒤에는 훨씬 거대한 그림자가 도사리고 있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집행관', 판관마저 모르게 이용당했을지 모르는 은밀한 인장, 그리고 진실을 좇다 하나둘 사라진 사자들의 흔적까지.
거기에, 창고 깊숙한 곳에 백 년째 갇혀 있던 처녀귀신 설화와의 예상치 못한 인연까지 더해지며, 태민의 작은 사무 개혁은 어느새 한 사람의 억울함을 넘어 명부청 전체를 뒤흔드는 거대한 싸움으로 번져간다.
야근도 억울한데 순직 처리도 안 해주는 저승 관료제, 그 오백 년 묵은 판을 갈아엎는 아홉수 사자의 이야기가 지금 시작된다.
죽어서도 야근이라니. 그래도 이번엔,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지 않는다. 이번엔, 내가 판을 갈아엎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