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공 고수 서울에서 태어나다
검은 사람을 베고 장은 사람을 부순다. 그런데 소리는 사람을 울린다. 무림에서 그것은 재주가 아니라 흠이었다.
곡사(哭邪). 상갓집에서 돈 받고 곡을 하던 곡비의 제자. 사십 년을 익힌 애곡음으로 정파 혼례에서 신부를 울렸고, 그 대가로 열아홉 살 검객에게 목이 갈렸다.
검객은 딱 한마디 했다.
"시끄럽다."
죽어가는 귀에 세상의 소리가 들렸다. 그 너머, 수백만의 소리가 겹쳐 하나의 울림이 된 곳. 소리가 잡기가 아닌 세상. 사람을 울리면 죄가 아니라 재능이 되는 세상.
그는 딱 하나를 바랐다. 세상에서 가장 시끄러운 곳으로 가고 싶다.
그리고 서울 종로, 낙원상가 뒷골목에서 태어났다.
내공은 0. 악보는 못 읽는다. 메트로놈은 죽은 박자다. 노래방 점수 76점.
그런데 옆방 손님이 울면서 문을 두드렸다.
"방금 노래 누가 불렀어요?"
기계는 그의 소리를 못 듣는다. 사람은 듣는다. 벽 너머에 있는 사람까지.
박자는 부르는 사람 손에 없다. 듣는 사람 가슴에 있다.
사십 년 동안 남의 숨만 듣던 곡비가 처음으로 산 사람이 듣고 싶어 하는 노래를 배운다.
그리고 세상은 그를 사랑한다. 듣기만 해도 우는 가수. 나한테만 불러주는 가수.
정상에 오른 날, 전생과 똑같은 말이 돌아오기 전까지.
"기본기 없는 소리는 결국 사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