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를 마시는 자들 표지

재를 마시는 자들

숌샤탕 - 요괴를 죽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 뼈를 빻아 끓인 찻물을 마시는 것이다.
우리는 그 대가로 요괴의 원념을 뱃속에 품는다.
세상은 우리를 '식살자(食煞者)'라 불렀다.

백경은 그저 평온을 원했다.
요괴로 변해버린 선임의 두개골을 무쇠 공이로 짓이기고 그 썩은 재를 삼켜야 했을 때도,
귀족들의 연회를 지키는 사냥개 취급을 받으며 조롱당할 때도.
그는 기꺼이 허리를 굽히고 실없이 웃으며 제 안의 짐승을 짓눌렀다.

하지만 기괴하게 일그러진 세상은 기어코 그가 그어둔 마지막 선을 짓밟았다.

"부서진 도구는 치워라."

핏덩이가 된 어린 동료를 쓰레기 취급하는 흑막 앞에서,
평생을 억눌러 온 백경의 이성이 마침내 툭, 끊어졌다.

"형님. 이 쓰레기들도 뼛가루로 빻으면… 차로 마실 수 있겠소?"

비단옷을 찢는 유려한 검술 따위는 필요 없다.
필요한 것은 오직 뼈를 으깨고 뇌수를 터뜨리는 둔탁한 무쇠 공이뿐.

조선을 집어삼키려는 기득권 뒤의 거대한 악의와,
백경의 뱃속으로 스며들어 똬리를 트는 미지의 흑막.
먹지 않으면 먹히는 세상에서, 스스로 지옥의 '아궁이'가 되기를 선택한 사내의 처절한 핏빛 사투가 시작된다.

"네 안의 지옥은, 내가 삼켜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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