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BRAIN)
그를 쫓던 형사 김홍재 앞에서 절벽으로 몸을 던진 순간, 그의 삶은 끝난 게 아니라 — 시작되었다.
"목표확보. 뇌기능 정지까지 4분 36초 남았다."
죽음 직전 붙잡힌 그의 뇌는 어느 실험실의 피험체 06이 된다.
정신을 차리면 그는 늘 다른 몸, 다른 시대 속에 있다.
장검을 쥔 고려의 무사가 되기도 하고,
"소리없는 발"이라 불리는 아메리카 원주민 전사가 되기도 하며,
메소포타미아의 정복자 루기르가 되어 성벽 아래에 서기도 한다.
바뀌지 않는 것은 단 하나. 그는 여전히, 어디서든, 사람을 죽인다.
하지만 매 시뮬레이션마다 관측자들도 예상 못한 신호가 감지되기 시작한다.
"자아 연속성 지표 이상 감지 — 인간관계에서의 감정이입, 프로그램 내 AI와의 감정교류."
살인마의 뇌 속에서, 있어서는 안 될 감정이 자라나고 있다.
이것은 교화인가, 실험인가, 아니면 또 다른 형태의 사냥인가.
시대가 다르고 문명이 달라도 본능은 그를 집요하게 따라오고 — 그 본능 옆에서, 아주 조금씩, 낯선 무언가가 함께 자라난다.
죽여도 죽지 않는 자, 임남준. 그의 뇌 속 시뮬레이션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