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자들 스킬이 전부 내 방 화분에서 나온다
씨앗은 아무 데서나 안 난다.
지구에서 발아가 되는 곳은 내 방 창가 화분, 딱 하나다.
그 화분은 내가 만들었다.
그러니까 각성자들이 쓰는 스킬은 전부 여기서 나간 거고,
씨앗을 백 개 훔쳐가 봤자 나한테 오기 전까진 돌멩이 백 개다.
──
2,000년 전 마나가 고갈된 지구를 떠난 세계수가
데이터가 되어 돌아왔다. 뿌리를 내린 곳은 게임 서버.
그 나무에게 지구는 정착지가 아니라 결정핵이었다.
그리고 그날 밤, 한 채집 유저가 숲 한복판에서 시들어가는 묘목을 봤다.
잎이 말려 있었다. 목마르다는 뜻이다.
그래서 물을 줬다. 그게 다였다.
[관리자 '아카식 유그드라실'이 당신을 주목합니다]
[씨앗을 맡깁니다. 부탁합니다.]
다음 날 베란다 토마토가 천장에 닿았고,
게임 속 검은 짐승이 모니터를 뚫고 나와 내 배 위에서 꾹꾹이를 했고,
이끼 240개 팔았더니 마흔두 명이 각성했고,
토마토 하나 줬더니 친구의 눈이 열렸다.
세상은 아직 그게 CG인지 아닌지 싸우는 중이다.
던전이 열린 그날을 회상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날을 사는 이야기다.
원예학과 석사 수료 3년 차.
회귀도, 빙의도, 환생도 없다. 레벨업도 없다.
대신 화분이 자라고, 화분이 자라면 나도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