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파왜병장전 : 기억의 망각
전설이 되기 전, 그는 먼저 한 사람이었다.
1596년 병신년.
전쟁은 멈춘 듯 보였지만 조선의 하늘과 조정, 바다와 사람의 마음은 다시 흔들리고 있었다.
명과 왜는 거짓 강화의 판을 벌이고, 조정은 의심과 권력 다툼 속에 갈라졌다.
모두가 전쟁이 끝나기를 바랄 때, 한산진의 이순신만은 홀로 다가올 정유재란을 준비한다.
그러던 어느 뜨거운 한여름, 세상이 어둠에 잠긴 순간.
그는 자신이 지켜낸 나라의 500년 뒤, 2095년의 미래와 마주한다.
눈부신 문명과 기이한 병기들, 여전히 끝나지 않은 전쟁.
그리고 천 년의 시간을 관통해 이어져 온 진실과, 아직 오지 않은 자신의 죽음.
미래를 안다는 것은 운명을 바꾸는 힘일까.
아니면 끝까지 감당해야 할 또 하나의 짐일까.
자신에게 닥칠 모든 비극과 마지막을 미리 알고도, 그는 다시 같은 길을 걸을 수 있을까.
미래에서 목도한 참상을 품고, 이순신은 이제 명량과 노량, 그 너머를 바라본다.
역사와 기록, 전쟁과 인간, 기억과 망각.
두 시대를 건너 끝까지 버틴 한 사람의 시간에 관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