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지(解止)
「해지」는 그 1년을 일곱 사람의 자리에서 본다. 공지문의 단어 하나를 두고 밤을 새운 프로덕트 리드. 8년 쌓은 별점 4.9를 두고 갈지 망설이는 쉰일곱의 돌봄 종사자. 대기 31명 앞에서 4분 30초 안에 통화를 끊어야 하는 스물넷의 계약직. 지우는 시늉을 해 보다 앞뒤가 안 맞는 날짜 두 개를 발견하는 엔지니어. 11년 만에 처음 자기 회사를 이용자로 써 보는 창업자. 그리고 서버가 내려가던 밤.
마지막 한 사람은 종료로부터 94일 뒤, 다른 앱에서 알림을 받는다. 목요일 오후 두시에 방문 가능한 선생님이 근처에 계시다고. 그 시간에 오던 사람은 8년 전에 왔었고, 그 시간을 기다리던 어머니는 8년 전에 돌아가셨다.
아무도 거짓말을 하지 않았고 아무도 불법을 저지르지 않았다. 그런데 무언가는 그대로 넘어갔다. 회사가 사라진 자리에서 사람은 흩어지고, 사람이 만든 것만 남는다.
없어지는 데에도 순서가 있다. 우리는 대개 그 순서를 나중에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