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作)은(隱) 사회
정부의 대피 방송도 구조대의 연락도 더는 들려오지 않는다. 미처 학교를 빠져나가지 못한 소수의 학생들은 굳게 닫힌 교문 안에서 하루하루를 버틴다. 남아 있는 식량과 물은 한정되어 있고, 보건실의 약품마저 빠르게 줄어든다. 학교 밖에는 감염자들이 배회하며, 학교 안에서는 불안과 의심이 퍼져 간다.
언제 올지 모르는 구조를 기다리기에는 상황이 너무 막연하다. 결국 학생들은 스스로 살아남을 방법을 선택한다. 교실은 숙소가 되고, 급식실은 배급소가 되며, 학생회실에서는 모두가 따라야 할 규칙이 만들어진다. 식량을 관리할 사람, 교문을 지킬 사람, 부상자를 돌볼 사람, 그리고 규칙을 어긴 사람을 심판할 사람도 필요해진다.
어른도, 법도, 정답도 사라진 학교.
생존을 위해 모인 아이들은 자신들만의 질서와 역할을 만들며 하나의 작은 사회를 세운다. 그러나 서로를 지키기 위해 만든 규칙은 점차 누군가를 통제하기 위한 권력이 되고, 감춰진 비밀과 관계는 공동체를 조금씩 갈라놓기 시작한다.
과연 이들이 만든 사회는 모두를 살리는 피난처가 될 것인가.
아니면 무너진 세상보다 먼저 서로를 집어삼킬 또 하나의 재앙이 될 것인가.
《작(作)은(隱) 사회》
세상으로부터 숨겨진 학교에서, 아이들이 직접 만들어 가는 생존과 질서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