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에는 쿼드 악셀을 뛰었습니다
현생의 나는 트리플 토루프에서 넘어졌다.
조금 억울했다.
세계 정상급 남자 싱글 선수로 올림픽만 바라보다 죽었는데,
눈을 떠 보니 열일곱 살 한국 여자 주니어 선수 은하수가 되어 있었다.
기억은 그대로였다.
점프 진입도 알고,
공중에서 언제 축을 잠가야 하는지도 알고,
착지에서 무엇이 잘못됐는지도 보였다.
그래서 쉬울 줄 알았다.
그런데 몸이 말을 안 들었다.
예전처럼 뛰면 높이가 안 나오고,
힘으로 밀어붙이면 발목부터 버티지 못한다.
대신 이상한 것도 발견했다.
이 몸은 나보다 낮게 뜨면서,
나보다 훨씬 빨리 돌았다.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예전의 에단 리드로 돌아가는 게 아니었다.
은하수라는 선수를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것이었다.
쿼드 악셀을 아는 머리와,
아직 그 점프를 모르는 몸.
세계 정상에서 다시 시작선으로 떨어진 피겨선수의 두 번째 선수 인생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