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전쟁이 일어났다 표지

퇴근길에 전쟁이 일어났다

올레노 - 크리스마스이브 저녁 여섯 시 이십일 분, 서대문역 퇴근길에 미사일이 떨어졌다.
빛이 먼저 왔고, 소리는 한참 뒤에 왔다.

전기가 죽고, 신호가 죽고, 다리가 무너진다. 영하 십칠 도.
차는 고철이 되고 전화는 벽돌이 된다. 남은 건 두 다리뿐이다.

나는 그냥 회사원이다.
각성도, 회귀도, 시스템도 없다. 가진 거라곤 눈치 하나.
회사에서 눈치 보고 사는 게 일이라, 사람 얼굴 읽는 것 하나는 늘었다.
그것조차 자주 아무 쓸모가 없다.

그리고 강 건너 삼십 킬로미터, 광명 집에
아내와 세 살 아들이 있다.
오늘 밤에 산타가 온다고 했다. 빨간 자전거여야 한다고 했다.

무너진 도시는 한 걸음마다 같은 것을 묻는다.

누구를 두고 갈 것인가.

우는 사람을 지나치고, 뻗은 손을 못 본 척하고,
잡았던 손을 놓친다.
나는 그 셈에 계속 진다.

그래도, 지지 않으려고 걷는다.

집에 가는 길입니다.
그냥, 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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