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의 증명 표지

반도의 증명

마른잉크병 - 키나와 후텐마 기지 철조망 옆, 해병대원 한 명이 시신으로 발견된다.

NCIS는 하루도 지나지 않아 사건을 방첩 사안으로 분류하고 문을 걸어 잠근다. 그 문 앞에 선 사람은 오키나와도, 미국도 아닌 반도에서 온 요원이다.

기자로 위장해 잠입한 국정원 요원 한서진 — 명함은 두 장, 얼굴도 두 개다. 취재원 앞에서는 국제분쟁 전문기자 오채린으로 웃고, 혼자 남으면 그 웃음을 지운다.

공식 라인은 이미 방향을 정했다. 사고, 혹은 북한. 상사는 "지금은 자료만 모으라"고 하지만, 그 말이 얼마나 조심스러운 경고인지 서진은 안다 — 강대국들의 게임이 벌어질 때마다 가장 손쉬운 설명으로 소환되는 자리가 어디인지도.

손목에 남은 자국 하나, 너무 빠른 재분류 하나. 사소해 보이는 두 가지가 서진을 공식 서사 바깥으로 밀어낸다.

죽은 사람은 정말 누구였을까. 그리고 이 죽음을 가장 먼저, 가장 빠르게 덮으려 한 사람은 왜 그렇게까지 서둘렀을까.

편리하게 소환되는 자리에서도 진실은 끝까지 따라잡을 수 있는가 — 반도에서 온 요원 한 사람이, 그 질문을 몸으로 증명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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