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데기 강바리
나는 그게 싫어서 도망친 열일곱이고.
비 오는 하굣길에 차에 치였다.
눈을 떠 보니 갓난아기였다. 그것도 — 일곱 번째 공주.
엄마가 삼천 번쯤 들려준 그 이야기, 바리데기 속이었다.
나는 안다. 이제 나는 버려질 거다.
옥함에 담겨 강물에 던져질 거고,
아홉 살이 되면 저승길에 오를 거고,
나를 버린 아버지를 살리겠다고 서천까지 걷게 될 거다.
나는 이 이야기의 결말을 안다.
문제는, 결말이 하나가 아니라는 거다.
신이 되는 판본이 있고 — 다 죽는 판본이 있다.
"통행료는 한 살입니다."
대문 하나에 한 살. 아홉 해를 걸으면 열일곱.
그날 서천 문턱에서 어느 판본이 나를 기다리는지는, 가 봐야 안다.
규칙 하나. 저승에서 만난 것과 함부로 계약하지 마라.
규칙 여덟. 저승에서 제일 오래 가는 돈은 이야기다.
그런데 이 저승, 어딘가 이상하다.
명부에서 내 이름이 지워져 있다.
그리고 누가 — 이야기들의 결말만 골라서, 뜯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