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하, 양치부터 하시지요
훈민정음 해례본을 십 년 덕질하다 눈을 떠 보니, 1433년 전의감 말단 의생이 되어 있었다.
이가 썩으면 굿을 하고, 벌레가 파먹었다며 침을 놓던 시대. 이안은 사발 하나로 증명한다.
이를 썩히는 건 벌레가 아니라, 입에 남은 단것이라고. 그리고 조선 최초로 "양치"를 처방한다.
그가 맡게 된 가장 위대한 입안 — 소갈과 안질로 몸이 무너져 가면서도, 스물여덟 개의 글자를 벼려 내는 임금.
"전하, 양치부터 하시지요."
낫게 하지 못하는 병 앞에서, 무너지는 속도를 재고, 아주 조금이라도 늦추는 것.
오백 년의 지식을 가진 의원이, 시대의 도구로 하나하나 증명해 가는 궁중 치과 분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