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시59분60초
주인공은 3년 전 우연히 참사를 목격한 후, 타인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부채감에 짓눌려 스스로를 유폐한 채 살아가는 유령 같은 존재입니다. 마침내 그는 도망치기를 멈추고 세상의 비명을 향해 첫 발을 내딛습니다.
시간을 조율하고 타인의 생명을 구해낸 대가는 가혹했습니다. 그는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평범한 감각들을 하나씩 우주의 시스템에 빼앗깁니다. 자신의 존재 자체가 사라질지도 모르는 절벽 끝에 서면서도, 연우는 결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만약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자신의 영혼을 밀어넣어서라도 과거 사건마저 기어코 막아설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외면했다면 평생을 지옥 같은 괴로움 속에서 살아야 했을, 본질적으로 너무나 따뜻하고 정의로운 영혼이기에 그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일을 행할 뿐입니다.
그 숭고함 속에서 우리는 오래전 전철 선로에 떨어진 취객을 구하기 위해 주저 없이 몸을 던졌던 어느 청년의 모습을, 그리고 우리 곁의 숨은 의인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연우가 지불하는 감각의 소멸 과정은 역설적이게도 이 세상이 아직 얼마나 살 만한 곳인지를 증명하는 가장 뜨거운 온도의 지표가 됩니다.
멈춰선 찰나의 틈새에서, 당신의 평범한 내일을 지켰던 한 시계공의 서글프고 눈부신 이야기가 지금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