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세계의 나는 재벌이다
명함에는 내 이름이 적혀 있었다. 회장 이도현.
어제까지 내 직함은, 채무자였다.
기술을 빼앗기고, 회사를 빼앗기고, 배임 누명까지 썼다.
남은 건 압류 딱지 붙은 반지하와 어머니의 낡은 자개 경대 하나.
그런데 그 거울이, 문이었다.
거울 너머의 나는 2년 전 그날 밤, 계약서의 함정을 알아챘다.
피한 배신 하나가 그를 2조의 회장으로 만들었다.
"당신이 못 가 본 길을, 내가 갔다 왔어."
단, 거울을 건널 때마다 나는 이 세계에서 조금씩 지워진다.
재기하려면 유명해져야 하는 남자가,
재기의 수단을 쓸수록 세상에서 잊혀진다.
주가도 복권도 통하지 않는다. 두 세계는 어긋나 있으니까.
건너오는 건 머릿속에 든 것뿐 — 원리와 전략, 사람을 읽는 눈.
성공한 내가 성공의 설계도를 준다.
무너진 나는 배신의 설계도로 값을 치른다.
그래도 간다. 전부 되찾을 때까지.
가장 확실한 조력자는, 나 자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