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의 맥동
말을 하지 못한다는 이유.
혼혈이라는 이유.
그리고 누구도 설명하지 못하는 불길한 은빛 머리카락 때문이었다.
노예 시장을 떠돌며 수없이 팔리고, 다시 돌아오는 나날.
그 속에서 소녀는 이름을 배우고, 글을 배우고, 사람의 온기를 조금씩 알아 간다.
상처뿐인 세상에서도 누군가는 손을 내밀었고,
누군가는 이름을 불러 주었다.
언젠가 모두가 잊게 될 시간.
하지만 그 시간은 한 사람의 삶을 만들었고,
훗날 수많은 비극의 시작이 되었다.
이것은 잿빛요람 이전,
아무도 기록하지 않았던 은빛 소녀의 이야기.
심연의 맥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