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명, 지지 않는 해
용은, 죽지 않았다.
죽음의 문턱에서 시간을 훔쳐 돌아온 세자는, 살아 있음을 숨긴 채 첫 수를 둔다. 그를 에워싼 것은 어머니의 집안이자 조선 최대의 세도, 안동 김씨. 손에 쥔 것은 정조가 못다 이룬 꿈과, 죽은 자들이 남긴 북학(北學)의 씨앗 하나뿐.
그러나 세자가 두려워하는 것은 세도가가 아니다.
임진(壬辰)에 당하고, 병자(丙子)에 또 당하고도 늘 같은 자리에서 넘어지는 이 나라. 바다 너머에선 검은 연기를 뿜는 배들이 천자의 나라를 무릎 꿇릴 준비를 하고 있다.
"위대한 임금 하나로는, 되풀이를 끊지 못한다."
세도를 꺾고, 빗장을 풀고, 청과 러시아와 일본 사이에서 조선을 동아시아 최강국으로 세운다. 그리고 끝내— 임금 한 사람에게 나라의 운명을 걸지 않는, 새로운 조선을 향해.
한번 뜬 해는, 지지 않는다.
역사의 되풀이를, 이번에는 반드시 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