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하화영: 멸문가의 살수와 의원
죽이는 건 어렵지 않다.
야은소에게 목숨 하나를 끊는 데는
한 번의 칼질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그는 원수를 곧바로 죽이지 않는다.
숨겨 둔 장부를 빼앗고,
돈이 오가던 길을 막고,
충성을 맹세하던 자들이 등을 돌리게 만든다.
명령은 더 이상 먹히지 않고,
가문의 인장은 조롱거리가 되며,
어제까지 머리를 숙이던 자들이 빈자리를 노린다.
살아남은 자들은 밤마다 자신의 차례를 기다린다.
도망치면 소문이 먼저 도착하고,
증거를 태우면 사본이 다른 곳에서 나타난다.
야은소는 그들이 가진 힘을 하나씩 거둔다.
돈을 잃게 하고,
이름을 더럽히고,
믿었던 사람을 의심하게 만든다.
마침내 누구도 곁에 남지 않았을 때,
그들의 마음은 목숨보다 먼저 죽는다.
그리고 야은소는 마지막에 칼을 든다.
한 번에 죽여 주는 자비는 없다.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순간까지 살아 있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