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창 속의 침묵
팔각형의 강철 울타리, 그 안에 서면 세상의 모든 소리가 한꺼번에 쏟아진다. 수만 명의 함성, 카메라 플래시, 해설자의 목소리, 그리고 맞은편에 서 있는 사내의 거친 숨소리.
그런데도 강혁에게는 오직 침묵만이 들렸다.
두려움이 아니었다. 공허함도 아니었다. 오랫동안 단련된 자만이 도달할 수 있는 고요함이었다. 단전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숨결처럼, 흔들리지 않는 중심 같은 것이었다.
이십여 년 전, 강원도 산자락 아래 작은 마당. 새벽안개가 무릎까지 차오르던 그곳에서 일곱 살의 강혁은 처음으로 택견 자세를 배웠다. 두 발은 땅을 딛고, 두 손은 바람을 가르듯 부드럽게. 할아버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시범을 보였고, 강혁은 따라 했다.
그게 시작이었다. 아무도 그 아이가 언젠가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철창 안에 서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강혁의 몸속에 이따금씩 전설들이 깃들었다. 최배달의 타격이 손끝에 새겨졌고, 칼슨 그레이시의 그라운드가 등을 타고 올라왔으며, 다게스탄에서는 하빕 누르마고메도프의 기운이 근육 깊숙이 스며들었다. 그들은 기술만 준 것이 아니었다. 정신을 주었다. 침묵 속에서 말을 걸었다.
거창한 이유는 없었다. 그냥 매일 했다. 그리고 하루도 낭비하지 않았다.
맞은편 사내가 천천히 걸어온다. 강혁은 두 발로 캔버스를 밟았다. 마당의 흙이 생각났다. 새벽안개가 생각났다.
철창이 닫혔다.
강혁은 웃었다. 조용히, 아주 조용히.
이 이야기는 일곱 살 아이가 할아버지의 마당에서 첫 발을 내딛던 날로 거슬러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