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기맥(無情氣脈): 썩은 천하를 베다
구파일방과 거대 상단이 맑은 기운을 독식하여 비대해지고,
아래로는 탁기(濁氣)와 썩은 피만 고여 썩어가는 기형적인 세상.
정(情)과 협(俠)은 부패한 기득권이 내뱉는 위선이 된 지 오래다.
이 미쳐버린 천하의 말단.
가장 춥고 습한 진흙탕 속에서 한 살수(殺手)가 눈을 뜬다.
이름 없음. 살막의 말단 번호 '47호'.
정이란 뇌를 태우는 사치요 (빙심-氷心),
살인이란 썩은 기맥을 끊어내는 순환의 의식 (혈법-血法)이다.
그의 검에는 산을 가르는 화려한 검기(劍氣)도, 하늘이 내린 기연(奇緣)도 없다.
오직 인체의 구조와 약점을 파고드는 서늘한 단자(單刺)와,
배신, 음모, 타락한 문파들을 서로 물어뜯게 만드는 지독한 이이제이(以夷制夷)뿐.
"천하의 썩은 피가 다 씻겨 내려갈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낭만과 히로인이 완벽히 거세된 정통 하드보일드.
절대 영점(零點)의 궤적을 긋는 무정(無情)한 칼날이 지금,
강호 수뇌부의 심장을 겨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