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 모독자(The Blasphemer)
하늘의 문이 열리고 눈이 멀 정도로 찬란한 광휘가 쏟아졌을 때, 인류는 그것을 구원이라 믿었다.
천사들이 베푸는 달콤한 ‘기적’ 아래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며 스스로 목줄을 맸고, 대지 위에서 인간의 자립은 그렇게 거세당했다.
하지만 성스러운 찬송가 뒤에 숨겨진 신의 실체는 추악했다.
황금빛 겉껍데기 너머 안개 속에 숨은 천사들은, 앙상하게 바래버린 가시뼈와 해골을 뼈대를 들썩이며 인간의 영혼과 생명력을 수확하는 기괴한 도살자들이었다.
그들에게 인간은 신앙을 짜내고 파먹는 낱알이자, 사육되는 가축에 불과했다.
천사들의 오만한 갈고리에 가족과 동료, 신념까지 모두 찢겨 나간 제국의 노병, 카엘.
그는 스스로 하늘을 향해 침을 뱉으며, 심연의 저주가 깃든 마검을 움켜잡고 인류 역사상 가장 부정한 사냥개가 되기를 자처한다.
“기도는 아무것도 구원하지 못한다. 신을 죽여서라도, 이 목줄은 끊어낸다.”
마검의 대가로 시커멓게 뒤틀려가는 오른팔을 쥔 채, 홀로 하늘의 군세에 맞서 초월자들의 척추를 꺾어발기는 늙은 사냥개의 처절한 독고다이.
그리고 그의 등 뒤에서, 기적을 부정하고 오직 인간 본연의 날카로운 ‘살의’를 상속받는 소년 토마스.
우상의 시대를 끝내고, 춥고 배고프지만 당당한 인간의 대지를 열어젖힐 신성모독자들의 잔혹 연대기.
하늘을 향한 가장 반역적인 사냥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