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설계자가 나만 보면 무너진다 표지

세계의 설계자가 나만 보면 무너진다

서나월 - 10년을 책 속에서 살았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냥 책이 좋았다. 영감이 필요할 때, 지칠 때, 아무 이유 없이 손이 갈 때. 백서원에게 책은 늘 그런 것이었다. 대단한 취미도, 거창한 철학도 아닌. 그냥 일상.

근데 그날은 달랐다.

손이 멈췄다. 문장 하나에. 읽고 또 읽었는데 이상하게 다른 책이 떠올랐다. 두 달 전에 읽은 것. 작년 겨울에 덮었던 것. 전혀 다른 책들인데 전부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 여러 권의 책 속에 하나의 문장을 쪼개 숨겨둔 것처럼.

디자이너로 10년을 살면서 패턴을 읽는 눈이 생겼다.

그 눈이 말했다. 이건 우연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연결했다. 또 연결했다. 마인드맵이 완성되는 순간, 노트 한가운데 점을 하나 찍었다.

눈을 감았다.

눈을 떴을 때 하늘이 없었다.

0과 1로 이루어진 세계. 외부의 어떤 존재도 발을 들일 수 없도록 설계된 곳. 근데 백서원은 들어왔다. 암호의 끝을 따라, 이끌리듯.

그리고 이 세계의 모든 존재들이 그녀를 보자마자 무릎을 꿇었다.

“여왕 폐하.”

폐하. 나한테.

그 세계의 끝에 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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