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도 시체는 들고 간다
돈만 있다면.
시체가 온전하고, 성당에 기부금 10골드를 낼 수 있다면 죽은 자도 다시 눈을 뜨는 세계.
하지만 이름도, 부모도, 재능도 없는 부랑아에게 그런 기적은 너무 비쌌다.
검술을 배울 돈도 없었다.
마법을 배울 재능도 확인해본 적 없었다.
성당에 들어갈 신앙심조차 없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
던전에서 죽은 자의 시체를 들고 나와 성당과 길드에 넘기는 것.
사람들은 그를 시체수집가라 불렀다.
시체 하나를 온전히 끌고 나오면 12실버.
이름표만 가져오면 3실버.
그 돈이면 오늘은 굶지 않는다.
그날도 그는 죽은 자의 이름표를 놓지 않았다.
죽는 순간까지.
그리고 그 모습을 죽음의 신이 보았다.
“이름도 없는 것이, 남의 이름은 끝까지 쥐고 죽었구나.”
죽음의 신은 웃었다.
그날, 무명은 처음으로 죽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다시 눈을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