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딩 뒤의 제본사 챕터1 북경의 묵형(墨刑) 표지

엔딩 뒤의 제본사 챕터1 북경의 묵형(墨刑)

시우연 - 우리가 알던 찬란한 고전(古典)은 모두 위조되었다.

세계의 기억을 찬탈하려는 거대 제국의 약탈자, 싱클레어. 그는 인류의 위대한 문학적 서사와 고전들을 자신들의 입맛대로 뒤틀고 박제하여 세상의 본질을 탈색시키기 시작했다.

그 오만한 시스템에 맞서 오직 만년필 한 자루와 검은 묵으로 운명을 거스르는 자가 있다.

모든 소란을 잠재우고 다시 시작될 백지를 준비하는 심연의 바다, 진명 ‘묵(默)’을 각성한 눈먼 필사자 사윤.

그는 박제되어 버린 명작의 여백 속으로 걸어 들어가, 그곳에 갇혀 비명을 지르는 이름 없는 민초들의 일기장과 잊혀가는 진짜 역사들을 필사하여 건져 올린다. 그리고 그의 곁에서 사윤이 구원해 낸 문장들의 총합이자 ‘살아있는 서고’가 되어 그 잔혹하고도 아름다운 방랑을 함께하는 단 한 사람, 유화.

“우리는 기록되는 존재가 아니라, 기록하는 존재다.”

신해혁명의 화염 속에 감춰진 고전의 잔해를 구하고, 그들이 도착한 곳은 얼어붙은 대지, 1920년대 경성. 이름과 말, 사랑마저 빼앗긴 채 뒤틀려가는 조국의 대지 위에서, 명작의 수사(修辭) 뒤에 숨은 거대한 음모를 파헤치는 처절하고도 농밀한 아날로그적 저항이 시작된다.

찬란하게 위조된 세계를 삼키는 검은 바다의 서사시.
눈먼 기록자가 사랑하는 이의 숨결과 함께 새겨넣는, 익숙하면서도 잔혹한 문학적 필사(筆寫)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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