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인 줄 알았는데 고구려였다.
멸망이라는 거대한 ‘어둠’에 통째로 삭제당할 위기에 처한 역사가,
자신을 증명하고 방어해 줄 단 하나의 ‘빛의 파편’을 원했기에, 이 거대한 대지가 나를 끌어당긴 것이다.
역사는 박제된 기록물이 아니다.
누군가가 소중한 이들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살아남아, 온몸으로 어둠을 밀어내며 새겨놓은 핏자국이자 거대한 발자국이다.
망겜이
라 비웃었던, 멸망의 인과율로 향하는 고구려.
"오냐, 지우려면 지워봐라. 나도 이 세계의 로직을 통째로 깎아내서라도 내 흔적을 박아줄 테니까."
나는 이 제국의 깨어진 코드를 고치고, 그 운명을 완벽하게 오버라이트(Overwrite)할 수 있을까.
나태함의 로그를 지워낸 날카로운 턱선 위로, 마침내 세계의 진짜 전쟁이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