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터 : 죽음을 보는 자
그 숫자가 0이 되는 순간, 그 사람은 죽는다.
서지운은 그 숫자를 보는 사신이다.
죽음을 가져오는 자가 아니라, 마지막 49일을 함께 걷는 자.
그리고 윤소율은 그가 처음으로 데려갈 수 없는 여자였다.
10년 전 사고로 시력을 잃은 소율.
그녀의 머리 위 카운터는 흰빛도, 죽음의 빛도 아니었다.
깨진 금빛처럼 흔들리는 숫자.
사신조차 읽을 수 없는 운명.
보이지 않는 사신을, 보지 못하는 여자가 처음으로 만진 순간, 멈춰 있던 10년 전 사고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비가 오지 않던 밤.
늦게 도착한 안개.
와인레드 외투의 남자.
그리고 누군가의 마지막 말.
“아 진짜 됐어요.”
죽음을 보는 자와, 죽음에서 살아남은 여자.
그들이 마주한 진실은 하나다.
어떤 죽음은 끝이 아니라,
남겨진 사람에게 도착하는 가장 늦은 대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