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그림자
빙하기가 삼킨 14억의 무덤 위로 솟아오른 새 대륙, 순다랜드. 살아남은 자들 중 일부는 등에 촉수를 키웠다. 서로의 감정을 실시간으로 읽고, 다시는 누구도 버리지 않는 세상을 꿈꾸는 '진화인'들. 강철 요새 '쉘터'에 웅크린 순수 인간들은 그들을 괴물이라 부르며 100년 동안 그 존재 자체를 부정했다. 30년 전, 두 세계는 마침내 손을 맞잡았다. 그리고 지금, 그 협정이 처음으로 깨졌다.
쉘터의 베타 유닛 중위 이한. 9년 동안 그의 강화복 출력은 62%로 고정되어 있었다. 그것을 '목줄'이라 부르게 되기까지 그에게는 단 일주일이 걸렸다.
오빠를 찾아 평원을 헤매던 진화인 지우. 그녀가 처음 인간의 뺨에 촉수를 닿게 한 것은, 영하 36도의 빙하지대 한복판이었다.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었던 두 사람이 같은 결론에 닿는다. 이 학살은 우연이 아니다. 누군가가 30년 동안 이 덫을 설계해왔다.
평화 협정 그 자체가, 이미 사냥이었다.
이것은 완벽하게 통제된 세계가 처음으로 자기 그림자에게 들킨 순간의 기록이다.
그리고 그 그림자는, 이제 막 깨어났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