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방 점원은 내공의 향을 맡는다
내일 아침부터 나는 백리세가 셋째 공자 백리준이 된다.
진짜 백리준은 석 달째 누워 있다.
누가 매일 그를 죽이고 있다.
그가 깨어나는 날, 가짜인 나도 죽는다.
다행히 나는 코가 좋다.
약방에서 잔뼈가 굵은 코는 사람 호흡에 섞인 내공의 흐름까지 향으로 읽는다. 마늘 가루 한 줌으로 철심위 호위를 무릎 꿇리고, 그릇 가장자리에 매일 발려 있던 묵매초 독향을 짚어낸다.
서른 해 동안 그 그릇을 닦아 온 손이 백리세가 안에 있다.
나는 검을 든 적이 없다.
약초 한 줌, 코 하나, 사부가 남긴 빚 한 자루.
코로 검을 읽는 자리에서, 가장 오래 덮여 있던 그릇 하나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