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이 날 선택했지만 널위해 조선을 등지다
당신은 아마 살면서 한 번쯤 이런 말을 쓰거나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요즘 왜 그리 두문불출(杜門不出)하고 있어?"
집 밖으로 잘 나오지 않고 틀어박혀 지내는 사람에게 던지는, 가볍고 흔한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네 글자 속에 얼마나 뜨거운 불길과 차가운 눈물이 배어 있는지 알지 못한다.
이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약 630년 전, 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세워지던 그 격변의 시기에서 시작된다.
새 왕조의 권력자들은 고려의 인재들을 회유하려 했고, 끝까지 거부하는 자들에게는 잔혹한 선택지를 들이밀었다.
그때, 개성(송도)의 만수산 기슭 '두문동'에 일흔두 명의 남자들이 모여들었다.
그들은 스스로 문을 걸어 잠그고(杜門),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不出).
그 대가는 처참했다. 골짜기는 불태워졌고, 수많은 이들이 그 안에서 산화했다.
하지만 역사는 그날, 모두가 죽었다고 기록하지 않는다.이 책은 역사 교과서에
박제된 ‘충신들의 고리타분한 절개’를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신념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불태웠던 남자들의 뜨거운 마지막 밤과,
그 지옥에서 살아남아 낯선 땅에서 처절하게 생존해야 했던 이들의 숨겨진 기록이다.
이제 페이지를 넘기면, 당신은 그날의 화염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우리가 무심코 썼던 ‘두문불출’이라는 단어가 당신의 가슴을 때리는지 목격하게 될 것이다.
자, 빗장을 풀고 그들의 닫힌 문 안으로 들어갈 준비가 되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