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출신 한명회는 수양을 안 도와줌 표지

여의도 출신 한명회는 수양을 안 도와줌

유잼만취급 - 눈을 떠 보니 거울 속에 칠삭둥이 하나가 앉아 있었다.

한명회.

계유정난의 설계자. 수양을 왕좌에 앉히고 영의정을 두 번 해먹은 조선 최고의 모사꾼.

그 몸에, 여의도에서 스물여덟 번의 선거를 치른 남자가 들어왔다.

사흘 뒤, 수양대군이 나를 부른다. 내가 역사책에서만 봤던 그 남자가.

나는 손이 떨렸다. 그래도 괜찮다. 사흘이면 멈춘다.

떨리는 손 위로 얼굴 하나가 올라왔다. 내가 버리고 온 세상의 아이. 내가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르는, 그러나 막지 않은 아이.

그리고 지금, 내 앞에 또 한 명의 아이가 있다. 열두 살. 왕좌에 앉혀진 지 두 달.

한 번만 더.

그 한 번을 위해 나는 수양을 쓴다. 도구로. 명분으로. 그러나 수양의 사람이 되지는 않는다.

역사책이 기록한 한명회의 길을, 나는 걷지 않는다.

그리고 이 몸에 들어온 지 반 시진도 안 된 지금, 문밖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영상 대감 댁에서 사람이 오셨습니다요."

역사책에 없는 이름이 내 집 문을 두드린다.

역사가, 이미, 나한테 어긋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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