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천은 귀찮고, 국수는 맛있어서
동굴 앞에 핀 꽃이 세 번 바뀌고 나서야 문득 깨달았다.
"아, 맞다. 오늘 승천하는 날이었지."
대충 구름이나 불러서 올라가려던 찰나,
"으악! 괴물이다! 거기 서, 이 악귀야!"
지나가던 방사 꼬맹이, '희라'의 비명 한 번에 천 년의 공덕이 흩어졌다.
용이 되기는커녕 땅바닥에 처박힌 신세.
보통 이무기라면 눈이 뒤집혀 산천을 초토화하겠지만, 나는 그냥 하품이나 했다.
화를 내는 것도, 복수를 하는 것도 다 힘쓰는 일이라 귀찮을 뿐이다.
"저기, 미안하게 됐어. 그러니까... 죽지 말고 나랑 같이 가자. 응?"
나를 악귀로 오해해 죽이려 들던 희라는, 내 무기력한 태도에 당황하더니 어느새 사죄하며 8대 영보를 찾는 여행에 나를 끌어들인다. 사실 다 귀찮아서 거절하려 했는데...
"이 국수, 네가 만든 거야? ...한 그릇 더 줘."
희라가 말아준 국수 한 그릇에 마음이 아주 조금 움직여버렸다.
자칭 신선이라는 수상한 놈의 의뢰,
세상 물정 모르는 정의로운 동료들,
그리고 자꾸만 신경 쓰이는 잔소리꾼 방사 희라까지.
"천 년 만에 처음으로, 승천보다 재미있는 게 생겨버린 것 같다."
승천 날짜도 까먹을 만큼 게으른 이무기 '무영'과
세상에서 가장 성실한 방사 '희라'의 귀찮음 가득한 구도 여행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