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갈라지는 밤에
삼수생 한서진은 손님의 관자놀이에서 빛나는 ‘금’을 본다. 도자기에 난 균열처럼 피부 위로 뻗은 선, 그 틈으로 새어 나오는 남색 빛. 아무도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눈. 그것이 서진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놓는다.
국가초상현상대응국 제7기동반. 전국에 60명도 안 되는 인원으로 균열과 침식체에 맞서는 비밀 조직이 서진을 찾아온다. 공식 등급 체계를 넘어서는 ‘측정 불가’의 눈. 그 눈을 가진 전임자는 2년 전, 세계를 지키는 대가로 시력을 잃었다.
서진의 관측은 양날의 검이다. 볼수록 두 세계의 경계는 얇아지고, 보지 않으면 무너지는 경계를 수선할 수 없다. 경계 자체가 서진에게 손을 내밀고, 경계를 갉아먹는 침식체들도 같은 눈을 탐한다.
“네가 누구의 눈이 되느냐에 따라, 경계의 운명이 갈린다.”
서울의 균열은 매달 50개씩 늘어나고, 잠복이 활성으로, 활성이 붕괴로 변이하고 있다. 세계는 갈라지고 있다. 천천히, 확실하게.
도구가 아닌 자신으로서 선택해야 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