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의 기억을 가진 남자
2023년 12월 12일, 서울의 한 달동네 골방에서.
혼자였다. 너무나 오랫동안, 너무나 철저하게 혼자였다.
신문 구독료도 밀려서 더 이상 배달되지 않는 신문을 기다리며, 그는 마지막 숨을 거두었다. 손에는 낡은 수첩이 들려 있었다. 100년 동안 읽은 책들과 본 뉴스들, 그리고 신문 스크랩으로 가득한 수첩이었다.
정보는 그의 유일한 재산이었다. 돈은커녕 끼니조차 잇기 힘들었지만, 그는 세상이 돌아가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내일 일자리를 구할 방법, 정치인들의 속내, 경제의 흐름... 그는 모든 것을 알고 싶어 했다. 하지만 알기만 했다. 행동하지 못했다.
죽음은 생각보다 조용하게 찾아왔다.
겨울 햇살이 방 안으로 스며들던 오후였다. 그는 창가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눈을 감았다. 떠오르는 건 지난 100년의 기억들이었다. 굶주렸던 날들, 외로웠던 밤들, 그리고 그의 곁을 스쳐간 사람들...
그리고 그는 다시 눈을 떴다.